고등학교에 입학했던 무렵. 고2 선배들은 정말로 커보였습니다. 고3 형들은 정말로 어른들처럼 보였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보니, 고1이든 고3이든 모두 다 아이같고 어려보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어른들이 생겨났습니다. 과선배들, 동아리 선배들, 복학생형들. 많은 것을 고민하고 많은 것을 겪은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저 사람들만큼 나이가 먹으면, 그래도 세상을 좀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이제 나는 그 사람들의 그 때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게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어려운 것이며, 난해한 것입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았던 그네들도 사실 나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나는 1년전의 내 모습이 유치해보이고, 몇년전의 내가 후회스러우며, 그전의 내 모습이 낯뜨겁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굳건해질줄 알았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알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알게됩니다. 왜 이런 것들이 반복이 되어가는 걸까요? 어른이 되면 단단한 마음으로, 과거의 과오에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햇었는데, 어째서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요?
내가 잘못알았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후회할 일을 저지르지 않는 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나버린 어제를 다시 곱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후회할일이 슬퍼할일이 잔뜩인 여행길이고, 그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이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어렸을 때 알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배워나가는 일이었습니다. 어제의 내가 알지못했던 과오를 깨달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조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후회할일은 오늘도 내일도 일어나고 반드시 저지르게 됩니다. 우리는 거기서 피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은 내가 피했던 것들을 더이상 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마도 내일도 나는 잘못을 10개정도 저지르고, 후회할 일들 3가지쯤 하게되겠지요. 그래도 그것에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겠지요.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오늘의 나보다 조금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죽을때까지 스스로에게 맘에 들만한 자신이 되도록 노력해 가는 것이니까요. 그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니까요.